집안 살림하느라 자기 몸 하나 돌볼 시간 없는 우리나라의 가정주부.
그게 어디 우리나라 뿐이겠습니까.
집안에서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는 모든 여자들은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쁘지요.
누가 나에게 너 집에서 살림할래, 돈벌래. 라고 한다면.
애석하게도 나는 그냥 돈을 벌겠습니다.
집에서 하루종일 종종대며 여섯명의 자식들, 고집쟁이 남편, 엄한 시부모님, 그리고 시골 친척들.
우리 엄마를 보면서 나는 그랬거든요.
나는 돈을 벌래. 나는 집에서 살림하지 않을래. 나는 꼭 돈을 버는 여자가 될거야.
많고 많은 꿈들 중에서 그거 하나만큼은 확실히 이루었습니다.
돈. 버. 는. 여. 자
연애할 때는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마 하던 남편은 결혼만 하면 세상 무뚝뚝해집니다.
자식들은 엄마 알기를 개코로 압니다. 지들 필요할 때 편하게 부려먹어도 되는 사람정도로.
괘씸한 것들.
한 푼이 아까워 절대 택시 타는 일 없는 엄마는 덜컥 암에 걸려 버립니다.
그것도 이젠 손도 쓸 수 없는 말기암이죠.
분명히 슬퍼야 하는데 이거 슬프지가 않습니다.
너무 뻔한 배경에 너무 뻔한 이야기가 예상 범위를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진행됩니다.
최국희 감독은 국가 부도의 날로 눈도장을 확 찍어 앞으로의 작품이 기대되었는데.
이 영화는 작가의 의도였을까요.
류승룡은 어정쩡한 가발을 덮어쓰고 젊은 시절을 연기하기에는 이제 좀 너무한 듯 합니다.
죽어가는 와이프 앞에서는 큰소리 뻥뻥 치지만 뒤에서는 우는 것도 너무 많이 본 설정이라
감정이입이 되질 않습니다.
라라랜드처럼 만들고 싶었던 걸까.
라라랜드와 흡사한 분위기가 많이 보이지만.
약.간. 촌티 납니다.
중년의 부부를 다루는 이야기니까 촌티나는 것이 어쩌면 감독의 의도였다면.
성공입니다.
와이프의 마지막을 위해 옛 친구들이 모두 모여 안녕을 기원하는 장면은.
나도 저런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라는 부러움은 조금 들었습니다.
억지스럽고 뻔한 이야기라 굳이 집중하면서 보지 않아도 되는 가벼운 영화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노래들을 흥얼거리며 찾아보는 시간은 가질 수 있었네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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