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노동자의 삶은 험난합니다. 미래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2023년 1월 mbc 뉴스가 보여준,
이른 새벽 오늘 하루의 먹거리를 위해서 노동 시장을 찾은 사람들의 모습은 그저 남의 일이라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300명 중 겨우 30명 만이 일을 얻을 수 있었고 나머지 270명은 기약없는 내일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 모두 절망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 모두가 예비 범법자도 아닙니다.
그들은 그저 소시민이며 기약없는 내일이지만 그 내일이 희망으로 솟아오르길 노력합니다.
보라의 아버지는 엄마의 죽음과 사업실패로 매일 술독에 빠져 지냅니다.
영화에서는 아버지 또한 일용노동자로 나옵니다.
일용노동자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이 너무나 절망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위한 사회의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복지사 오순은 어린 시절 가정 폭력을 경험했습니다.
오순은 보라를 보며 어린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고 어떻게든 보라를 도와주고 보호해주려고 합니다.
가정 폭력을 일삼는 보라의 아버지 같은 사람들의 경우,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합니다.
사회에 대한 자신의 분노, 스스로에 대한 절망을 자신보다 더 약한 아내와 자식에게 폭력으로 표현합니다.
사회에서의 천대, 멸시를 온 몸으로 받고 그 모멸감을 집으로 돌아와 푸는 것입니다.
보라의 아버지에게 사회 복지사는 자신에게 하나밖에 남지 않은 재산을 빼앗아가는 약탈자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이런 아버지에게서 매일 지옥같은 삶을 살아가는 보라를 구하기 위한 방법은 눈에 보이는 "증거"뿐입니다.
"사랑의 매"는 있을 수 없다는 말이 수도 없이 반복되지만
여전히 "사랑의 매"라는 이름의 폭력은 존재하고 묵인되고 있습니다.
2023년 현재, 학대와 소외로 고통을 받는 청소년을 도운 '교육후견인'제도는 올해부터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지난해 위기 학생 352명을 지원했던 이 제도는 예산부족으로 폐기될 위험에 처했습니다.
콩나물 줄기만한 끈이라도 잡고 싶은 아이들에게는 다시 한번 절망을 줄수도 있습니다.
몇십조의 수익을 거두어 들인 기업들이 경제위기를 무기로 삼아 힘들다는 말 한마디만 해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기 위해 법인세 삭감을 전방위적으로 내세웠던 태도와 비교하면 너무나도 어이가 없습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어둡고 답답합니다.
보라의 아버지가 술에 취해 세면대에 머리를 박고 쓰러지자 보라는 물끄러미 아버지를 쳐다보기만 합니다.
그리고 사회복지사, 오순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왜 여기에서 오순은 살인죄를 뒤집어 쓰는지, 보라의 부탁을 받고 함께 여행을 나서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합니다.
짐작컨대 법은 결코 약자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을지도.
지구대 소속의 경찰이지만, 경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자 하는 지원은 애매모호합니다.
더구나 경찰 아가씨, 경찰 언니라는 표현을 남발하는 감독의 의도는 짐작이 되질 않습니다.
비하하려는 말이라고 봐야할지, 친근함의 표현이라고 봐야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뜻깊은 의도를 가지고 출발했음은 분명하지만
영화는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다른 곳으로 가 버린듯 합니다.
그럼에도 가정 폭력을 당하는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히 던져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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