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자연의 일부라면
꽃피는 봄과 태풍오는 여름이 있듯이
매일 좋은 일만 있으라고 기도하는 것은
욕심이고 탐욕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매일매일 내 삶에 더 이상의 겨울은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겨울이 없으면 봄이 오지 않으니
겨울은 반드시 인생에 필요한 계절의 일부라 하더라도
나의 겨울은 다른 어떤 겨울보다 혹독하였으므로
내 인생은 이제 온난전선만 탔으면 하는 바램은
개인적으로는 얼마나 공명정대한지 모릅니다.
어느날 문득
다람쥐 쳇바퀴 같은 나의 일상에 스스로 반기를 들지 않으면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침 자리가 생긴 패키지 여행을 예약해 버립니다.
억지로 휴가를 내고 일정조차 모른채 나는 다낭으로 떠납니다.
갑작스러운 여행이라 여행가기 전 쇼핑도 없었으며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곳 같은 검색도 없었습니다.
가이드가 데리고 가는 데로 나는 따라다닐 생각입니다.
동남아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한국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규모의 리조트에서 느긋하게 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엄청난 조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일어나자마자 누가 차려주는 밥을 먹으러 가는 기쁨에 스트레스가 금방 날아가버린 듯 합니다.
나한테 스트레스가 있었는지조차 기억나질 않습니다.
아무래도 몇 kg그램은 쪄서 온 것 같지만.
절대 몸무게는 재지 않는걸로.
"삶에서 결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항상 과정 속에 서 있다.그 과정이 진행되기도 하고 반복되기도 한다.진행 중이라면 그래도 발전중일 것이다.굴렁쇠를 굴리듯 매일이 같아 보이더라도반복되는 과정이 삶이다.
삶은 반복을 거듭하다 끝이 난다."
반복되는 삶이 지겹지만 그 반복이 없는 삶도 과히 만만한 삶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압니다.'매일매일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반드시 축복은 아닐텝니다.
생각없이 바라보는 풍경들이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가슴 속을 잠재웁니다.
먹으라면 먹고, 자라면 자고, 일어나라면 일어나고, 내리라면 내리고, 걸으라면 걷고.
패키지 여행의 좋은 점은 내 노력은 필요없다는 것.
어슬렁 어슬렁 따라걷다 보면 그날이 저물고
미간의 주름이 펴지는 것을 거울 속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푸석푸석했던 얼굴이 빤질빤질 윤이 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땀인지도. 아무리 식혀도 솟아나는 땀.
"직접 길을 찾지 않는다면 길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몰라."
하지만 걱정 말아요.
고민과 절망과 위기의 순간이 지나면
비로소 스스로가 신뢰하고 존중할 수 있는 나의 삶이 시작될테니까요.
나를 존중하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모릅니다.
온갖 방해꾼과 장애물이 있었지만.
나는 힘들지만 무난하게 넘어왔으니까요.
좀 잘난 척 하고 살아본들 어떤가요.
사실 나는 이 큰 우주안의 한 점일 뿐이고.
그 점이 제멋대로 , 저 좋은대로 사는게 무슨 큰일이겠습니까.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이리저리 기우뚱 대면서도, 금방 물 속으로 빠질것만 같은 느낌이지만
우리는 깔깔대며 웃습니다.
절대 우리는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어디에서 생긴걸까요.
난생 처음 보는 이 사공을 철썩같이 믿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낯선 곳에서의 모험심. 용기. 또는 케세라세라?
"인생의 의미가 뭘까?"
의미 따윈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냥 사는 겁니다.
그 의미를 생각하느라 허공으로 날려버린 시간들이 한 트럭은 되는 것 같습니다.
의미를 찾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다보니 의미를 알아가는 게 더 맞는 것 같습니다.
굳이 의미를 말해보라면.
재미있게. 하루하루 그냥 재미있게.
그러다 어느 순간.
일하는 것도 재미있고 쉬는 것도 재미있는 순간이 올텝니다.
안오면. 어쩔수 없지요
저 동그란 배 위에서 아저씨는 강남스타일을 추는 중입니다.
우리들은 박수를 치며 휘파람을 불고 환호성을 지릅니다.
일만 열심히 하는 것은 삶을 균형 잃은 지루한 것으로 만듭니다
우리는 삶을 누리고 놀이를 하기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그것도 일평생동안.
놀이는 아이들의 소일거리가 아닙니다
일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며
인간관계를 잘 맺게 해줍니다
또한 젊음을 되돌려줍니다.
놀이는 삶을 가장 충만하게 사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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