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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by 미주양 2023.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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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행복은 서로 다른 것이니까요

스물 여섯살의 나이에 런던에 본사를 둔 대기업 재무 담당자였던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누구나 부러워할 자리에서 그는 매일매일 불안과 걱정, 허탈감과 무력감으로 지쳐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세 번째 읽고 있던 책의 구절을 떠올립니다.

 

"인간 내면의 평화로운 것, 고요하고 차분한 것, 

자꾸 더오르는 갖가지 생각으로 말미암아 흐트러지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소중하며, 주목할 가치가 있다.

그와 같은 것들에는 보상이 따른다."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고요함을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불현듯 가슴을 짓누르던 압박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묶여 있던 현실이라는 공간에서 앞으로 나아갈 때. 지금이 바로 그 때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직서를 제출하고 테국의 대선사, 숲 속 사원으로 떠납니다. 

그리고 승려가 되지요.

 

우리는 누구나 생각을 내려놓을 능력이 있습니다.
다만 약간의 연습이 필요할 뿐입니다.`

 

8년전, 나는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절망의 늪을 다시 만났습니다. 사람에게 하늘은 왜 이렇게 잔인한걸까.

처음 자전거를 탈 때는 넘어지는 것이 두렵기는 하지만 그래도 넘어질 수 있습니다.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고 상처가 남으면 이제 다시는 넘어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안간힘을 쓰며 자전거에 매달리거나

다시는 자전거를 타지 않게 됩니다.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자전거는 나를 바닥으로 밀어내고 

그래서 자전거에 다시는 오르지 않게 되면 평생 나는 자전거를 타지 못하게 됩니다.

절망은 이미 나에게 깊은 상처와 공포를 주었기 때문에

나는 그 그림자만 보아도 이미 온 몸이 오그라 들어 버렸습니다.

다가오는 어둠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 보았지만 서서히 덮쳐오는 두려움은 어떤 저항도 소용없게 만들었습니다

몇 날 며칠을 생각하다가 나는 빚을 내서 친구가 있는 캐나다로 한달간의 휴가를 떠났습니다.

어쩌면 내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심을 내린 순간부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는 순간 나는 자유로움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생각을 선택하지 못합니다. 그 생각이 어떤 양상을 취할지도 통제하지 못하지요
다만 어떤 생각은 더 오래 품으며 고취할 수 있고,
어떤 생각에는 최대한 작은 공간만을 내줄 수도 있습니다
마음속에 불쑥 떠오르는 생각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믿을지 말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토론토는 넓었고 나는 종일 돌아다니느라 피곤에 지쳐 눕기만 하면 잠이 들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또 걷고, 버스를 타고, 트램을 타고 또 걷고.

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내가 눈치를 봐야 할 일도 없었습니다.

끊임없이 떠오르던 생각들은 종적을 감추었고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들은 캐나다 땅에서는 부질없었습니다.

 

토론토 지하철 역. 목적지 없는 어슬럼임은 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누구나 순간의 지성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 각자의 내면에는 정교하게 연마된 자기만의 조용한 나침반이 있어요
그러나 그 지혜는 요란스러운 자아와 달리 은은해서 일부러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자아가 던지는 질문과 요구는 그보다 몇 배나 시끄러워 지혜의 소리를 완전히 묻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따금 주파수를 바꾸는 것은 그래서 더 중요합니다
일상생활에서도 틈을 내어 멈추고 고요를 느끼는 겁니다
정적의 순간을 찾는 것이지요
어떤 삶을 살든 자기 안의 평화를 발견하려면 우리에게 내재한 소중한 능력을 돌보고 키워나가야 합니다.

나의 삶에서 침묵은 곧잘 찾아오기도 했지만 진정한 침묵의 시간은 갖기가 힘들었습니다.

캐나다에서 나는 매일매일 침묵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지낸다는 건 아무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였습니다.

하루하루가 그냥 즐거웠습니다. 

아니 즐거웠다기보다 아무 일이 없다는 것만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았습니다

아니 찾은 것이 아니라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음의 안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뉴욕으로 길을 옮겼습니다

 

브로드웨이는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흥분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인간만이 자신과 맞지 않는 다른 존재를 성가시다고 여깁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요
하지만 누군가를 미워하고 불편하게 여길 때 우리는 엄청난 기운을 소모하게 됩니다
우리의 힘이 줄줄 흘러나갈 구멍이 생기는 것이나 다름없지요
다행히도 그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습니다
누군가와 좀 더 편하게 지내고 싶고 그 사람이 자기 입맛에 맞게 행동하기를 원한다면
방법은 딱 한 가지 뿐입니다
그들을 그 모습 그대로 좋아하는 겁니다

나는 늘 혼자 있기를 원하면서 혼자가 되는 것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맞춰나갔고

그리고 그 사람들을 욕하고 또 아부하고.

나에게 솔직하지 못한 나를 스스로 경멸하고 미워하는 반복되는 일상들이 없어서

나는 행복했습니다

 

록펠러 전망대에서 바라본 뉴욕의 저녁풍경.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만큼 아름다운 침묵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나의 인생은 달라졌습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는 승려복을 벗고 다시 스웨덴으로 돌아와 일상을 찾지만 전과는 다른 삶을 통해서 진정한 행복을 누립니다. 그리고 루게릭 병에 걸려 죽는 날을 기다리게 되죠. 그가 투병하는 동안 스웨덴도 코로나바이러스로 격리의 시간을 가졌고 그 시간 속에서 그는 죽음을 준비합니다. 자신과 가장 좋은 친구로 지내면서. 

 

1월 17일 한낮이었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둘러싸여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주어지는 음료를 한 잔 마시고 
조용히, 평화롭게 잠들었습니다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이.

미리 알리지 않아 미안합니다.
모든 것이 제가 원하던 그대로였습니다.
저는 며칠 전에 그랬든 여전히 제가 죽는 순간 가장 먼저 안도감을 느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가여운 몸은 드디어 더 이상 싸우지 않아도 되는 겁니다
다정한 몸이여, 써워주어 고맙소. 싸움은 드디어 끝났습니다
그 다음에는 분명히 경이를 느끼게 되겠지요.
지난 30년간 저는 이 순ㄱㄴ과 그 다음에 따를 일들을 준비한 것이나 다름없지만
그런데도 깜짝 놀라게 될 겁니다
죽음 뒤에 사라질 그 모든 것을 내려놓거나 적어도 살짝만 쥐고 살아가세요
영원히 남을 것은 우리의 업이지요
세상을 살아가기에도 떠나기에도 좋은 업보만을 남기길 바랍니다

이제 저는 축복받은 자의 기쁨을 느끼며 어떤 예측도 불허하는 모험을 떠납니다
걱정도. 의심도 더 이상 없습니다

당신의 존재가 햇볕처럼 따뜻했습니다
온 마음으로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유언장을 읽으며 나는 더이상 삶에 매달리지 않으며 살기를 기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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