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고 있다니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지난번 만난 이후로 걱정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며 좋았습니다.
허탈하게 웃으며 사는게 그런거 아니냐고.
함께 맞장구치며 좋은 날 있으면, 힘든 날 있다는 판에 박힌 말을 하며 안부를 전했습니다.
그렇게 잊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내 일이 아니니 잘 살고 있겠거니 생각했나 봅니다.
그리고 그런 바램이었습니다.
자정이 넘어서 오는 톡은 그리 반갑지가 않습니다.
이미 잠에 빠진 시간에 방해꾼이기도 하지만.
그런 늦은 시간 톡은 분명히 좋지 않은 소식이 대부분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자?
라는 한 마디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물론 나는 잠이 들려는 순간이었지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니, 아직 안 자. 누가 이런 시간에 벌써 자?
몸도 마음도 바닥이라 하였습니다.
치솟는 이자에 매일 허덕이며 지낸다 하였습니다.
남편과는 여전히 냉랭하였고 아직도 당신이 책임져야 할 일은 쌓여가기만 한다고 하였습니다.
빨리 빨리 시간이 흘러 이 모든 일들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4년 뒤에는 집값이 좀 올라갈까?
재건축이 끝나면 집값 내려가는게 멈춰야 할텐데.
그거 알아?
운이 바뀌기 전에는 사람이 완전 바닥까지 내려가는거.
나도 그랬잖아. 이거보다 더 끝이 있을까 하는데. 더 끝이 있더라고.
너도, 나도. 우리 버티기 하나는 잘 하잖아.
엉덩이가 무거워서 그런가. 어쩐가. 버티는 건 우리를 따라올 사람이 없지.
해 줄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어 나는 그냥 우스갯 소리를 하였습니다.
뭐야. 벌써 힘이 빠져버리면 어떡해.
아직 한 해 더 남았는데.
그래도 딱 한 해만 더 버텨. 그럼 괜찮아질거야.
재미로 공부한 사주풀이를 가지고 나는 큰 소리를 뻥뻥쳤습니다.
당신의 딸도, 당신의 아들도. 걱정할 거 없다. 다 잘 될 거다.
당신도 아무 걱정 없다. 올 한해만 더 버텨라.
정말이지? 너만 믿는다.
그럼. 그럼. 내가 언제 거짓말 하는거 봤어?
당신이 정말 나의 사주풀이를 믿어서 그렇게 웃었을까요.
당신이 정말 나의 위로가 힘이 되어서 그렇게 웃었을까요.
당신은 그저 누군가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했을테지요.
당신의 오늘이 자존심 상하지 않을 내가 필요했을테지요.
흔하디 흔한 말로 우리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그거 알아?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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