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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 시대의 꾸밈없는 사랑 이야기-채털리 부인의 연인

by 미주양 2023.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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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는 본질적으로 비극적이어서 우리는 이 시대를 비극적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큰 변동이 일어난 후 우리는 폐허 속에 살고 있으며, 
조그만 거주지를 새로 세우고, 새롭고 작은 희망을 품기 시작한다.

이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미래로 나아가는 순탄한 길이 이제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장애물을 돌아서 가거나 기어 넘어간다
우리는 살아 나가야 한다.
하늘이 여러번 무너진다 해도 말이다.

1917년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콘스탄스는 클리퍼드 채털리와 결혼합니다. 

남편은 결혼과 동시에 전쟁(제1차 세계대전)에 참여하고 6개월 후에 반신 불수의 몸으로 돌아옵니다.

삶에 대한 집착이 강했던 클리퍼드는 2년간의 치료끝에 일상생활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지만

하반신은 영원히 불구가 즉 마비가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1920년 클리퍼드 집안의 '영지'인 고향 집으로 돌아옵니다.

 

너무도 많은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그에게는 고통을 견디는 능력이 어느 정도 남아있었다
이상하리만큼 밝고 즐거운 표정을 하고 있어서

사람들은 그를 무척이나 쾌활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다소 시골티 나는 소녀의 모습을 가진 콘스탄스는 외모와 달리 어린 시절부터 예술이나 이상적인 정치사상을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왕립 미술원의 회원이었으며 어머니 역시 교양있는 예술가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열다섯 살 때 유학을 가서 음악과 철학과 사회학 그리고 예술에 관하여 남자들과 토론하며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누렸습니다. 그녀에게 사랑은 사소한 부산물일 뿐이었죠.

 

그녀와 언니, 두 자매는 자유로웠고 각자 자신의 젊은이를 사랑했으며 사랑을 경험했습니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던 당시의 사회는 얌전빼는 사회, 억압받고 융통성이 없는 사회였던 반면 그들은 낡은 관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고를 그리고 실제 그렇게 행동하였던 여성들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남편 클리퍼드는 좋은 가문 태생임은 분명했지만 편협한 '위대한 세상; 다시 말해서 지주들의 귀족 사회에서는 편안했지만 수줍음을 탔으며, 중산계급이나 하층계급의 군중과 외국인으로 구성된 다른 모든 세계에 대해서는 오히려 겁을 내고 두려워했습니다. 특권계급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보호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모든 당시의 인습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클리퍼드는 아버지의 죽음이후 유산을 상속받지만 그의 아버지는 자신의 탄광에서 일하는 일꾼들을 모두 전쟁터로 몰아넣고 심지어는 가진 재산도 거의 모두 나라에 바친터라 재산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켄싱턴과 스코틀랜드의 언덕에 익숙해있던 콘스탄스의 눈에 비친, 작고 더럽고 누추한 벽돌집. 바람이 불어올 때면 불쾌한 유황냄새가 밀려왔고 심지어 바람이 없는 날에도 철과 같은 냄새들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지하 세계에 살고 있다고 느꼈고 점점 익숙해져갔습니다. 주민들은 탄광을 경영하는 이들 부부와 거리를 두었고 클리퍼드는 그것을 오히려 더 안전하게 생각하였습니다. 

 

이들에게는 눈도 없고 정신도 없는 게 틀림없었다.
주민들은 시골 풍물과 마찬가지로 볼품없었고, 삐쩍 말랐으며 음울했고 불친절하기도 했다.
다만 그들이 낮고 굵직한 목소리로 웅얼거리는 사투리와
일을 마치고 무리를 지어 집으로 돌아가면서 아스팔트 위로 질질 끌고 가는 
징을 박은 탄광용 장화에서 나는 저벅저벅 소리에
섬뜩하고 다소 신비스러운 면이 있을 뿐이었다.
그들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깊은 심연이
말로하지 않는 적개심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신은 당신 쪽에나 충실하셔. 나는 내 쪽에 충실할테니.

클리퍼드는 코니를 자신을 보살펴주어야 하고,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구가 된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아름다운 아내가 있기 때문이며 그것으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으려 하는 것처럼 보이죠. 모터를 장착한 바퀴 달린 의자를 타고 폭폭 소리를 내며 공원 주변을 돌아다닐 수는 있지만 경사진 길이나 질척거리는 길은 아내의 도움 없이는 꼼짝달싹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세상에 필요없는 사람. 하지만 아내가 곁에 있는 이상은 그런 생각들을 떨쳐낼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클리퍼드가 쓴 글을 읽어주고 칭찬하였고 남편은 그런 글에 강한 자부심을 느끼며 아내의 칭찬을 거들먹거리며 받아들였습니다. 그들에게는 육체적인 삶은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만의 일정한 방식에 따른 질서. 그 모든 것을 유기적으로 묶어주는 따뜻한 감정조차 없었습니다. 그들은 매우 친밀했으나 접촉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이였던 것이죠.

 

 

시간은 흘러갔다.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왜냐하면 그녀는 모든 접촉, 모든 관계에서 아주 멋지게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코니와 클리퍼드는 각자 자시만의 생각과 그의 작품에 묻혀 살았다.
저택에 손님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코니는 손님들을 접대했다

7시 반을 지나면 8시 반이 되듯, 그렇게 시계바늘이 돌아가듯 시간은 흘러갔다.


얼마나 지루하고 지루한 삶인가. 접촉이 없는 삶에서 콘스탄스는 점점 광적인 불안감을 느끼고 점점 야위어갔습니다. 숲은 그녀의 유일한 피난처였지만 그 이상도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부서지고 있다는 느낌. 계속되는 공허함. 은 그녀의 삶에서 생기를 앗아 갔습니다. 그런 콘스탄스에게 불을 지핀것은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오히려 고고한 척 행동하는 남편 클리퍼드였습니다. "애인을 가져도 좋다. 나만 모르게 연애를 한다면." 아내에게 이런 말을 하는 남편에게 콘스탄스는 심한 모멸감을 느낍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섹스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서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서로를 알아봐주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남편은 자신을 남편의 인생에서 필요한 하나의 부속품으로 전락시켜 버린 것입니다. 콘스탄스와 사냥터지기의 열렬한 섹스는 자신의 신체적 문제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육체적인 사랑을 평가절하해버리는, 남편에 대한 복수심은 아니었을까. 

 

책에서는 콘스탄스의 연애 이야기가 다양하게 펼져치지만 영화에서는 단 한명의 남자와 아주 진한 사랑을 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껍데기뿐인 남편, 자신을 조롱하는 남편과는 다른 남자와 깊은 사랑에 빠지면서 잃어버린, 아니 잃어버릴 뻔했던 자신의 모습을 찾아나갑니다. 

 

책에서는 여러 사회 문제들을 과감하게 짚어내지만 영화에서는 여자로서의 인생을 찾아가는, 그리고 다른 계급간의 경계를 넘는 사랑의 위대함 정도로 폭이 좁아집니다. 하지만 채털리 부인과 사냥터지기의 열렬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잠시 호흡을 멈추게 하기도 합니다. 특히 두 남녀가 알몸으로 비를 맞으며 자유롭게 숲을 뛰어다닐 때는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잠시 생각하게 하고 정말 아름답구나 라는 감탄을 자아내게도 합니다.

 

당시 저급한 소설 나부랭이로 찍혀서 손가락질을 받고 여러해 동안 문제작으로 여겨졌지만 책을 읽다보면 인간의 가면을 벗기는 이야기이며 단순한 사랑 타령을 하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작가 로렌스는 이 소설을 출간하기 이전부터 성 개혁 운동가로 명성을 얻고 있었지만 이 작품은 악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항상 로렌스는 전투 준비를 갖추고 있었고 그러면서도 누군가는 자신을 옹호해주기를 바랬습니다. 결핵을 앓던 로렌스는 매우 쉽게 짜증을 내며 분노를 폭발시키고 말년에는 끊임없이 기침을 하는 통에 항상 죽음을 상기하고는 했습니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쓰고 다시 고쳐 쓰는 당시 육체적으로는 심한 병을 감정적으로는 더욱더 탐닉의 상태에 있었고 게다가 아내는 이탈리아인과 연애를 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은 바로 그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과거의 일이었다
현재는 저 아래에 놓여 있다
미래가 어디에 놓일지는 오직 신만이 알고 있다

이것이 역사다
하나의 영국이 다른 영국을 지워 없앤다
광산은 저택들을 부유하게 만들어주었다
이제 그 광산은 오두막집들을 지워 없앴듯 그 저택들을 없앤다
산업사회 영국이 농업 사회 영국을 지워 없앤다
하나의 의미가 다른 의미를 지워 없앤다
새로운 영국이 옛 영국을 지워 없앤다
그리고 그 영속성은 유기적이 아니라 기계적이다.

https://youtu.be/4p0pu96qJ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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